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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일·가정 양립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 장안산단 안델센어린이집

– 통근시간 긴 외곽지역 산업단지
– 노동자 4200명 기반시설은 부족
– 복지수요 조사해 기업 8곳 합심
– 국·시비 약 16억 지원받아 설치
– 개원 참여기업 근로자 아니어도 장안산단 근로자면 보낼 수 있어
– 타 산단 공동어린이집과 차별화

지난 5일 부산 기장군 반룡리 장안일반산업단지 내 ‘안델센 어린이집’. 식목일을 맞아 옥상마당 한편에 마련된 텃밭에서 원생들이 씨앗심기에 나섰다. 고사리손으로 흙을 만지고 파보기도 하면서 자연체험에 나섰다.

■산단 8개 입주사가 함께 만들어

지난달 5일 개원해 만 0~5세 영유아 10여 명이 다니는 안델센 어린이집은 장안산단 내 기업 8곳이 힘을 합쳐 만든 공동 직장어린이집이다. 부산경제진흥원이 컨소시엄 대표사로 참여했고, ㈜효성전기, ㈜세동, 유일고무㈜ , ㈜태흥테크, ㈜광진윈텍, ㈜광성계측기, 성창아이앤디㈜ 등 8개사가 건립에 함께 했다. 전체 사업비는 16억3000만 원. 기업들은 십시일반 해 5000만 원을 냈고, 국비(13억8000만 원)와 시비(2억 원)가 건립비의 대부분을 부담했다.

2011년 문을 연 장안산단에는 자동차부품, 전기, 기계 등 업종의 68개사가 입주해 있다. 산단 노동자 수만 4200여 명. 산단은 문을 열었지만 기반시설은 부족했다. 특히 통근시간이 긴 외곽이라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은 출퇴근이 난감했다. 직원 복지를 위해 공동 직장어린이집 설립에 협력사로 참여한 효성전기가 총대를 멨다.

산단 입주사 대부분이 사업체당 노동자 수가 150~200명 정도의 중소기업이라 직장어린이집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법적 의무는 없다. 하지만 복지수요 조사 결과 보육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공동 직장어린이집을 짓기로 했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결국 산단 관리기관인 부산경제진흥원이 컨소시엄 대표사로 바뀌면서 공동 직장어린이집 건립은 급물살을 탔다. 2016년 10월 근로복지공단의 공동 직장어린이집 공모사업에 선정된 이후 지난해 6월 착공, 올해 1월 준공했다. 위탁운영(학교법인 성우) 계약 등 절차를 거쳐 지난달 개원했다. 서병수 부산시장 등 내·외빈이 참석하는 산단 어린이집 개원식은 10일 오후 열린다.

■개원 참여기업 자녀 아니라도 가능

개원에는 8개사가 참여했지만, 해당 회사 직원이 아니어도 장안산단 근로자면 누구나 안델센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있다. 녹산산단(부산 산업단지 내 공동 직장어린이집 1호)이나 센텀산단(2호) 공동 직장어린이집이 참여업체 직원 자녀에게만 열려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총정원이 70명인데 이 중 개원에 참여한 업체 직원의 자녀 정원은 50명, 외부 정원은 20명으로 분리했다. 원생이 많아지면 기업의 자부담분이 줄어들어, 공동 직장어린이집 참여 업체들도 흔쾌히 ‘개방’을 허락했다. 참여 기업들은 매월 어린이집 운영비의 30%가량을 나눠서 자부담하고 있다.

공보육시설이라 학부모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다. 이선민(38) 씨는 둘째 아이 준상(4)이를 이 어린이집에 보낸다. 남편이 인근 회사(아산이노텍)에 다녀 어린이집 개원 소식을 미리 접하고 개원을 기다렸다. 이 씨는 “이전 어린이집에 3개월 정도 다니다 그만둔 적이 있어 아이가 잘 견딜까 걱정이 됐지만 매일 가고싶어할 정도로 적응을 잘 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운영비를 보조해주니 학부모 부담분이 입학금을 빼고는 거의 없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통학버스가 따로 있어 아빠가 출근할 때 데려다 주지 않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바로 앞 건물인 경제진흥원 동부지소 직원인 정영미(42) 씨도 11개월 딸아이를 맡긴다. 정 씨는 “친정어머니께서 딸을 돌볼 여건이 안 돼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다”며 “너무 어린 나이라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낯을 많이 가렸던 아이가 누구에게도 잘 안길 정도로 활달해졌다. 회사에서 1분도 안 걸리는 거리라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아이가 잘 지내나 확인도 할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오후 8시30분까지 종일제로 운영해 자녀를 맡긴 직원들이 야근을 해도 걱정이 없다.

■심리치료실도 갖춰

안델센 어린이집은 연면적 660㎡ 규모의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커 강당 놀이터 텃밭 등 일반 어린이집과는 달리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강당에서는 미술 퍼포먼스 수업 등 단체 신체놀이가 가능해 학부모로부터 호응을 얻는다.

2층으로 올라가면 특별한 공간이 한 군데 더 있다. 바로 심리치료실이다. 매주 외부 전문 상담사가 배치돼 학부모와 아이를 대상으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해도 되고, 엄마 또는 아빠만 별도로 상담받을 수도 있다. 육아 스트레스로 인한 부부 간 또는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을 상담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 안델센 어린이집 황문정 원장은 “건강한 가정을 꾸리는데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수 있어 별도로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전공자를 교사로 채용해 아이들의 상상력 가득한 놀이를 강조한다”며 “매주 수요일은 ‘자유놀이’ 시간을 둬 아이들이 마음놓고 어린이집에서 놀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선정 기자